저녁을 먹고 두 아이와 함께 신발을 사러 갔다.
낮에 소아과를 가는데 둘째의 신발이 자꾸 벗겨졌다. 씽씽이를 타고 가다가 어느새 벗겨지는 신발을 보면서 빨리 신발을 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.
애들은 금방 자라기 때문에 신발 같은 건 최대한 물려받거나 저렴한 걸로 사는 편이다. 특히, 둘째는 더 심했다. 첫째 때는 이것도 사주고 저것도 사주면서 좋은 걸 많이 입히고 싶었는데 둘째는 물려받거나 남들이 주는 것들로 키우고 있다.
그래서 조금 미안한 것도 있다.
첫째는 여자아이, 둘째는 남자아이다. 첫째가 입던 것들이 중성적인 느낌이 많아서 둘째가 많이 물려받았다. 그리고 주변에 아이를 다 키운 지인들이 신발, 옷 등을 많이 줘서 둘째의 옷 등은 많이 사지 않았다.
그러다 보니 뭔가 새로 사려고 하면 아까운 것도 있고, 금방 클 텐데 좋은걸 사줘야 하나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. 그렇게 신발도 신기고 그랬는데, 최근 샀던 신발이 잘 안 맞았는지 벗겨지는 것이었다.
크록스를 따라 만든 슬리퍼였는데, 너무 싸서 샀더니 자꾸 벗겨지고 그랬다. 오늘따라 더욱 심하게 벗겨졌다. 첫째도 비슷한 신발이었는데 너무 큰 걸 사서 불편해했다.
그래서 그동안 미뤄둔 신발을 사러 저녁에 갔다. ABC마트에 가서 신발을 고르는데 오늘따라 마음에 드는 건 사이즈가 없는지..졸려하고 지루해하는 둘째를 아이스크림으로 꼬시고 겨우 신발을 샀다. 역시 아이들 마음을 돌리는데 아이스크림만큼 좋은 건 없는 것 같다.
사자마자 신고다니면서 안 벗겨지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았다. 아무리 빨리 몸이 자란다 해도 신발은 편하고 좋은 걸로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. 발은 제2의 심장이라고도 불리는데 그동안 너무 무심했던 것 같아 미안했다.
아낄 때는 아끼고 써야할 때는 써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.
맞벌이가 아닌 외벌이에 두 아이를 키우다보니 돈을 아끼고 함부로 쓰지 않게 된다. 매월 수입이 넉넉하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돈 관리를 해야 한다.
육아를 하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는 외식보다 집에서 요리하는 것이 재정적으로 아낄 수 있다는 점이었다. 그리고 집에서 먹는 것이 습관이 되면 나가서 먹는 것이 불편한 경우도 있다.
또 한 번 나가려면 애들 짐도 챙겨야 하고, 옷도 입혀야 하고, 가기 싫다는 거 달래야 하고, 뭐 먹을지 고민도 해야 되고, 외식을 해도 되는지 통장도 한번 봐야 된다. 이런 것들이 귀찮아서 그냥 집에서 먹기도 한다.
물론, 밥 하기 싫을 때는 나가서 먹고 싶다. 이상하게 정말 밥 하기 싫은 날이 있다.
냉장고에 있는 반찬으로 한 끼를 해결하고 나면 스스로에게 잘했다며 칭찬을 한다. 이렇게 오늘도 아꼈다는 칭찬을.
생각해보면 회사를 다닐 때는 밖에서 밥을 많이 먹었다. 점심을 매일 사 먹기 때문에 저녁 때는 집 밥을 먹고 싶은 적이 많았다. 며칠 동안 저녁도 사 먹게 되면 아내가 해주는 밥이 그리웠다. 그러면 마음속에 아침이라도 아내가 해주는 밥을 먹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.
하지만 아침에 출근할 때 아내와 아이들은 항상 자고 있었다. 잠든 모습을 보면서 아침 욕심을 내곤 했는데, 막상 육아를 하다 보니 아침 식사를 차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. (6시에 출근하는데 아침을 바란 내가 이상했던 것 같다.)
아내는 원래 아침을 잘 안 먹는 편이라 신경을 쓰진 않지만 아이들 아침을 챙겨줘야 하기 때문에 아침식사를 만들어야 한다. 학교와 어린이집을 보내기 전에 아침을 먹이려면 일찍 일어나야 한다. 특히, 학교는 지각을 하면 안 되기에 시간에 맞춰서 밥을 줘야 한다.
성장기에 밥을 잘 줘야 잘 클 거라는 믿음으로 아침을 주는데 왜 그리도 힘든지. 일어나기 힘들 때도 있고, 그냥 대충 빵을 주기도 한다. 이렇게 직접 하다 보니 새벽 6시에 아침을 바랐던 내가 미친 건 아니었을까 반성을 해본다. 그리고 아침을 안 먹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낀다.
'역지사지'. 상대편의 처지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보고 이해하라는 고사성어다.
내가 직접 상대방의 위치가 돼보니 이해가 된다. 지금은 아이들이 많이 커서 혼자 일어나고 씻고 준비하지만, 아내는 어린이집도 안 가는 갓난아기를 데리고 얼마나 힘들었을까. 밥 한번 차리는 게 쉽지 않은데 얼마나 고생했을지 느껴진다.
그나저나 내일 아침밥은 뭘 해야 하나..?